구어(spoken tongues)처럼 디자인 언어(design languages)도 서서히 진화한다. 하지만 페라리 디자인 팀은 12칠린드리의 언어를 완전히 새롭고 대담하며 급진적으로 창조했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표현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12칠린드리는 대담한 선언이다. 특히, 1947년 브랜드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가 페라리 V12 프론트-미드 엔진 2인승 모델이라는 신성한 라인에 12칠린드리가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고려해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엔 250 GT SWB, 365 GTB/4 '데이토나', 550 마라넬로, 812 슈퍼패스트와 같은 아이코닉한 모델이 모두 포함된다.
페라리는 물론 영광스러운 과거의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결코 거기에만 얽매이지는 않는다.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 책임자인 플라비오 만조니(Flavio Manzoni)는, 12칠린드리가 완전히 새로운 언어로 자신만의 디자인 스토리를 대담하게 표현한다고 말했다. “페라리 12칠린드리를 통해 우리는 페라리의 이전 미드-프론트 엔진 V12의 스타일 코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12칠린드리는 이전 모델의 조각적 언어에서 완벽하게 벗어났습니다. 우리 목표 중 하나는 자동차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디자인 언어를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포츠카 외관 디자인 부문 수장 안드레아 밀리텔로(Andrea Militello)는, 12칠린드리의 디자인을 제대로 보려면, 페라리 라인업 내에서 새로운 모델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812 슈퍼패스트는 출시 당시 페라리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하고 성능이 뛰어난 차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후 1000cv의 SF90 스트라달레와 1030cv의 SF90 XX 스트라달레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차들은 성능과 스포티함을 전달하는 데만 중점을 두지 않고 보다 정교하고 종합적인 접근방식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밀리텔로는 설명을 이어갔다. "12칠린드리는 뿌리 깊은 유산을 지니고 있지만, 과거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신, 우리는 파괴적인 접근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 차를 먼 미래를 투영해 거의 우주선, 공상과학과 같은 디자인으로 탄생했습니다.”
12칠린드리에서는 새로운 형식적 디자인의 엄격함뿐 아니라 형태에 있어서 더욱 기능적인 접근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윙은 근육질이지만 기하학적으로 매우 명확하고 정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차의 측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듯한 라인은 무척이나 깔끔하다.
디자인 팀이 수행한 미래지향적 접근방식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노즈다. 전통적인 그릴과 라이트의 '얼굴(face)'을 없애고, 단일 랩어라운드 밴드에 모든 라이트 기능을 통합했다. 이 부분에는DRL이 칼날처럼 튀어나와 있다..
전설적인 페라리 365 GTB/4 '데이토나'와 플렉시글라스(Plexiglass) 헤드라이트 커버를 단순히 재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안드레아는 이렇게 설명한다. “두 모델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물론 우연이 아니지만, 우리가 데이토나를 사랑해서 그 기능을 차에 담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기능이 형태를 결정한다는 관점은 과거나 지금이나 페라리에게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접근방식은 캐빈 모양, 두 개의 리어 윙을 연결하는 기하학적인 브리지(bridge), 리어 라이트 시스템과 하나가 된 리어 스크린을 해석하는 데에도 적용되었습니다.”
플라비오 만조니는 특히 리어 엔드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우리는 페라리 12칠린드리의 시그니처 테마를 발견할 수 있으며, 기술적 요구와 기능적 요구를 아름다움과 어떻게 융합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리어 스크린과 통합된 두 개의 액티브 플랩이 차량의 시그니처인 델타(그리스 문자의 넷째 자모, Δ) 테마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쿠페의 자매 모델인 12칠린드리 스파이더 역시, ‘기능이 형태를 결정한다’는 접근방식을 취하며 후면부와 액티브 플랩을 연결하는 유사한 블랙 요소를 채택했다. 두 개의 버트러스는 테일을 향해 흘러내리며 차량 측면의 표현력을 반영한다.
12칠린드리의 디자인은 향수를 지양하고 급진적이고 새로운 사고를 보여주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페라리의 대담한 비전을 보여주는 접근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