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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SepMagazine, Cars

기술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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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걸작

360 모데나는 언제나 따라잡기 어려운 모델이었다. 하지만 날카로운 실루엣과 첨단 기술을 탑재한 F430은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후속 모델이 되었다.

글: 제임슨 바로우(Jason Barlow)

다양한 ‘페라리스티(Ferraristi)’를 위한 다양한 페라리. 21세기에 들어서 페라리의 화두는 다양화였다. 시장이 세분화되고 소비자들이 차별화를 갈망하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현명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의 미드 엔진 V8 혈통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많은 애호가들에게 있어서 그들이 페라리 브랜드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콤팩트하고 아름다운 비율, 변함없이 높은 회전수와 경쾌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8기통 엔진을 탑재한 이 차량은 페라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위: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페라리 F430의 새로운 디자인. 차량의 본래 목적에 충실하면서 날카로운 선이 특징이다.




페라리의 대표 모델인 F430이 출시된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대한’ 페라리 중 하나로서 F430의 위상은 더욱 강화되었 뿐 아니라, 전작인 360모데나보다 훨씬 더 진화했다. 피닌파리나는 차량의 형태를 깔끔하게 재구성하여 더 풍성한 볼륨, 더 반경이 넓은 곡선, 더 선명한 그래픽을 구현해 차량의 목적에 더욱 충실한 외관을 완성했다. 하지만 실제로 핵심은 디자인보다는 기술 혁신이었는데, 이는 페라리가 포뮬러 원을 지배하던 시기에 이끌어 냈던 혁신적인 기술 이전에서 비롯되었다.

페라리는 F430이 360과 비교했을 때 70% 정도 새로워졌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 특별한 페라리 차량은 단순한 부품들의 조합 그 이상이었다. 문과 지붕만 그대로 가져왔고 섀시, 엔진, 기어박스는 모두 새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마법과도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추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급속도로 가속화되었다.




왼쪽부터: 완전히 새로워진 F430의 V8 엔진. 이 차량은 다양한 주행 설정을 탑재했으며, 제동 시스템은 한계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스티어링 휠에 '마네티노'를 장착한 최초의 페라리.




F355 및 360과 달리 F430의 엔진은 실린더당 밸브가 5개가 아닌 4개였다. 하지만, 독창적인 밸브 타이밍 덕분에 8500rpm까지 회전하면서 490cv라는 상당히 높은 출력과 토크를 발휘할 수 있었다. 따라서 엔진은 더욱 다루기 쉬워졌고, 기어 변속 시에도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게 힘을 전달했다. 엔진은 두 개의 영리한 ECU에 의해 관리됐으며, 가변 공기 흐름 플레넘 챔버(크래클 마감 처리되어 유리 엔진 커버를 통해 볼 수 있음)가 있었다.

페라리는 포뮬러 원과 로드카 모두에서 반자동 수동 변속기의 선구자였지만, F430은 뛰어난 6단 수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하지만 패들시프트 자동 변속기의 필요성이 처음으로 확실하게 증명된 페라리 차량이기도 했다. 새로운 트윈 플레이트 클러치는 내구성을 향상시켰고, 변속 시간은 150밀리초로 단축되었다.




위: 혁신적인 새로운 밸브 타이밍 덕분에 F430은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며, 기어 변속 시 탁월한 활력과 세련된 움직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F430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은 ‘E-diff’라고 불리는 전자 제어 방식의 제한 슬립 디퍼렌셜이었다. 이 시스템은 차량의 다른 전자 시스템과 하드 와이어로 연결되어 작동했으며, 조향각, 각 휠의 속도, 요잉(차량이 수직 축에서 벗어나 회전하려는 움직임) 등의 데이터를 측정하는 센서를 사용했다.

F430는 스티어링 휠에 ‘마네티노’를 장착한 최초의 페라리로, E-diff의 성능을 활용했다. 이 작고 슬림한 다이얼은 차량의 섀시를 다양한 조건에 맞게 제어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미끄러운 노면을 위한 설정, 일상적인 주행을 위한 스포츠 모드, 더 높은 성능을 위한 레이스 모드, 그리고 안정성과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하는 두 가지 설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모드들은 주로 트랙 주행에 적합했지만, 극한 상황에서 차량이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미드 엔진 차량은 최적의 무게 배분을 가지고 있어 핸들링 면에서 가장 균형 잡힌 반응을 보인다. 적어도 한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계에 도달하면 물리 법칙과 차량의 낮은 회전 관성이 작용하기 시작하며, 운전자가 반응해야 한다. F430의 정교함은 차량이 미끄러지기 직전의 순간을 충분히 일찍 전달해주어, 오버스티어를 자신있게 즐기고 수정할 수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만들어진 미드 엔진 페라리 중 가장 뛰어난 핸들링을 자랑하는 차가 탄생했다.




위: F430의 스파이더 버전은 하드탑 모델의 인상적인 성능에 오픈 에어 드라이빙의 스릴을 더했다.




F430의 제동 시스템 역시 이러한 전반적인 자신감을 뒷받침해준다. 기본적으로는 강철 디스크가 장착되었고, 옵션으로 카본 세라믹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어떤 것을 장착하든 제동 반응은 뛰어났다. 공기역학의 발전 또한 운전자와 차량, 도로 간의 연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더 커진 리어 디퓨저, 재설계된 프론트 스포일러, 새로운 측면 공기 흡입구, 그리고 새롭게 설계된 언더플로어 덕분에 F430은 360에 비해 양력이 50% 감소했다. 속도를 높일수록 더욱 안정적이고 짜릿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고속도로에서도 편안하고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했다.

물론 430은 이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페라리 중 하나인 430 스쿠데리아를 탄생시켰는데, 이 차의 개발에는 미하엘 슈마허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그건 언젠가 다루게 될 또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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