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rari logo

차량

퓨어 피닌(Pure Pinin)

96년 전 9월, 토리노에서 세르지오 피닌파리나(Sergio Pininfarina)가 태어났다. 젊은 시절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는 그의 경영 하에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페라리 차량을 디자인해냈다. 피닌파리나가 이룬 위대한 성과의 일부를 들여다보자.
글 : 팀 브래들리

피닌파리나와 페라리의 파트너십은 위대한 엔초 페라리와 유명 자동차 디자인 및 코치 빌딩 기업의 설립자, 바티스타 '피닌' 파리나가 만난 1951년에 시작되었다.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은 두 회사가 위치한 모데나와 토리노의 중간 지점인 토르토나(Tortona) 마을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이루어졌다. 


바티스타의 아들 세르지오(당시 25세)는 이 날의 결정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한 채 회동을 준비했다. 

1962년, 바티스타 파리나와 아들 세르지오 피닌파리나가 엔초 페라리의 양쪽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세르지오가 가족 회사를 인수한 다음 해의 일이다

엔초와 바티스타 모두 '홈 어드밴티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장소의 중립성을 요구했지만, 그렇다고 적대감 있는 만남은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업적과 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회의는 순조로웠고, 그 시점부터 페라리의 모든 디자인을 피닌파리나에게 맡기는 역사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세르지오는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들었던 내용을 기억한다. "회의에는 엔초 페라리, 페라리에서 온 가르디니, 그리고 아버지와 제가 있었어요.


아버지가 제게 말하셨어요. “’네가 페라리를 담당하게 될 거다’ 그리고 제가 '뭐라고요?'라고 말하자, 아버지는 '디자인, 기획, 비용, 생산 등 모든 것을 네가 맡아서 할 거야’라고 하셨어요. 저는 어렸고, 갓 졸업한 상태였죠.”


결국 세르지오는 1961년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았다. 페라리의 엄청난 엔지니어링 능력과 피닌파리나의 감각적인 라인이 만나 진정으로 아이코닉한 자동차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그 당시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250GT 베를리네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인기 있는 자동차 중 하나이다  

그리고 1950년대 말 250 GT베를리네타가 공개되었다. 이 차가 처음 세상에 드러났을 때의 충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치 외계에서 온 자동차를 목격한 수준이라고만 말해두자. 후드 아래에는 약 280마력의 출력을 내는 3리터 V12 콜롬보 디자인의 엔진이 있었고, 단 7초 만에 약 100km/h (62mph)까지 속도를 끌어올렸다. 1959년에 말이다.


여러모로 페라리 디자인의 혁명을 일으킨 365 GTB/4 데이토나가 1968년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되면서 또 한 번의 큰 도약이 있었다. 페라리의 특징이었던 오벌형 그릴은 사라졌고, 대신 피닌파리나는 직사각형 커버 아래에 헤드라이트를 배치하면서 공기역학에 초점을 두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델과 함께 디자인의 언어가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속 모델은 365 GTB4 데이토나, 512 BB 그리고 550 마라넬로이다

1970년대에는 피닌파리나 디자인과 페라리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더 많은 기술적 혁신이 있었고, 1976년의 512 BB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은 상징이 된, 두 개의 원형 렌즈가 양쪽에 배치되어 있는 리어 램프가 처음으로 적용됐으며  유리섬유로 된 하단 패널은 때때로 검은색으로 칠해져 상단의 클래식한 로쏘 컬러와 대비를 이뤘다. 


10년 뒤 스포츠카의 생김새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버린 모델이 출시되었다. 바로 페라리의 상징이 된 테스타로사다. 피닌파리나의 작품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디자인을 가진 이 차량은 어른들은 사고 싶어하고 아이들은 침실 벽에 걸어 놓고 싶어하는 대상이었다. 페라리가 만든 차량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차량으로 기록되고 있다. 


1997년 550 마라넬로는 페라리의 플래그십 퍼포먼스 카로 등극했고,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피닌파리나 디자인으로 꼽고 있다. 

아름다운 F12 베를리네타는 멋진 LED 헤드라이트로 독특한 외관을 제공해 또 하나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완성시켰다

2000년대에도 계속해서 히트작이 출시되었다. F430은 페라리 엔초의 후미등과 엔진 커버, 그리고 60년대 클래식한 F1 레이싱 모델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차용해 제작한 정말 멋진 차였다.


2012년 출시된 F12 베를리네타는 날렵하고 멋진 디자인 안에 6.3리터 V12 엔진을 프론트에 탑재해 최고출력 730마력을 뿜어내는 놀라운 머신이다. 페라리 스타일센터와 피닌파리나가 협력해 디자인했으며, 당시 마라넬로에서 나온 차 중 공기역학적 효율이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