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대의 안토니오(Antonio)와 알베르토 아스카리(Alberto Ascari)부터 질(Gilles)과 자크 빌르너브 (Jacques Villeneuve), 그레이엄(Graham)과 데이먼 힐(Damon Hill), 케케(Keke)와 니코 로즈버그(Nico Rosberg),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미하엘(Michael)과 믹 슈마허(Mick Schumacher)에 이르기까지 포뮬러원은 전설적인 부자(父子) 영웅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사인츠 가족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하다. 2015년 포뮬러원에 데뷔한 카를로스는 이번 시즌 스쿠데리아 페라리에 입단했다. 위에 언급한 많은 레이서들처럼 그도 놀라운 레이싱 혈통을 가진 아버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들이 아버지의 드라이빙 업적을 따라올 수 없을 것 같다.
아버지 카를로스 세인츠가 아들 카를로스에게 드라이버의 야망이에 대해 조언한다.
왜냐하면, 아버지 카를로스 사인츠가 랠리 드라이빙계에서 전설이기 때문에, 아들 카를로스가 엄청난 커리어 변경을 해야만 아버지를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커리어 변경은 대부분의 레이서가 시도조차 못한 분야로 키미 라이코넨(Kimi Räikkönen)과 같은 위대한 선수조차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20년에 가까운 선수 시절 동안 아버지 사인츠는 2차례의 세계 챔피언 그리고 26회의 랠리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아직도 레이싱 헬멧을 벗지 않고 있다.
자랑스러운 아버지인 카를로스 사인츠는 재능있는 아들의 경력을 F1의 정점으로 이끌었다. 그들의 유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아버지는 멈출 줄 모르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힘과도 같습니다”라고 아들은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기대치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를 밀어 부치시는 분입니다. 랠리를 그만두셨을 때, 랠리 레이드(rally raid)로의 전환을 결정하시고, 그 중 가장 힘든 대회인 다카르 랠리에서 3차례나 우승하신, 그런 분입니다”라고 아들 카를로스가 설명한다. “그리고 2022년에도 랠리에 참가하실 예정입니다.”
올해 59세인 아버지 사인츠는 완전히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여 매우 빠른 전동 SUV를 모는 익스트림 E경기에 출전한다. “아버지와 저의 관계는 항상 매우 끈끈했습니다”라고 27세의 마드리드 청년은 이야기한다. “잠시도 가만히 있는 법을 모르는 아버지 때문에 어린 저 역시 항상 더 많은 것을 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처음 카트에 관심을 가졌을 때, 아버지는 저를 지지하고 독려해 주셨고 제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얘기하셨죠.” 이제 포뮬러원에 입지를 굳힌 카를로스는 사인츠라는 이름을 짊어지는 부담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한다.
아버지 카를로스에게 2차례 세계 랠리 챔피언은 아직 헬멧을 벗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내년 다카르 랠리에 참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제나 영광스러운 일이었습니다”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러나, 커리어 초반에는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의 잘못이 아니죠!” 레이싱 세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업계 관계자들과 언론은 냉소적일 수 있었고,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단지 제가 챔피언 레이서의 아들이기 때문에 이자리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죠. 당시, 아버지는 계속 저를 북돋으며 제가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스스로 이 일을 개척해 나가고 있음을 결과로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오래전 일이다. “저는 그후 혼자 서는 법을 배웠습니다”라고 아들 카를로스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제 곁에 계시다는 것은 저에게 여전히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아버지 사인츠는 가정에서나 레이싱 패독(paddock)에서나 크게 주변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아들 카를로스가 밝힌 페라리와의 계약 일화에 따르면 아들의 인생에 있어서는 중심에 서 있다.
“저희가 계약서에 서명한 날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항상 그렇듯, 저희는 여러 차례 계약서 초안을 수정하고 수차례의 회의, 그리고 마드리드와 마라넬로를 오가는 이메일을 주고받아야 했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면서 모든 미팅을 화상으로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날 아침, 저는 8시에 일어났는데 아버지께서 ‘펜을 가져와라. 페라리 계약서가 도착했다. 네가 서명해야 해’라고 하셨고, 저는 그때까지도 잠옷 차림이었습니다” 라고 카를로스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저는 결국 그 계약서에 바로 서명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