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넬로의 기계 부서에는, F1의 새로운 F1-75부터 페라리의 최신 하이브리드 V6엔진을 탑재한 296 GTB에 이르기까지, ‘도약하는 말(Prancing horse)’ 배지를 부착한 모든 차량에 고성능 엔진 부품을 공급하는 127대의 엔지니어링 기계가 설비되어 있다.
이 곳에서의 모든 공정은 정확하고 정밀하다. V6 크랭크케이스를 승인하기 위한 43개의 단계 중 하나를 관리하든, 6,600°C가 넘는 고온에서 한 번에 최대10일 동안 부품을 보관할 수 있는 대형 오븐을 작동하든 말이다.
크랭크케이스는 페라리 엔진의 핵심 구성 요소다. 296 GTB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V6 엔진이 V12 혹은 V8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기계 작업장의 밀링 섹션(Milling Section)에서는 하루에 62개의 크랭크케이스를 만들 수 있다.
기계 부서 로봇들의 삶은 확실히 고단하다. 하나의 기계에는 직경, 공차, 형상을 다루는 108개의 각기 다른 도구들이 탑재돼 있다. 하나의 크랭크케이스를 만드는 데 최대 80개의 도구가 사용되는데, 페라리 로봇은 그 당시의 개별 요구 사항에 따라 도구를 직접 바꾸거나 심지어 완전히 교체하기도 한다 (1년을 버티는 도구가 있는 반면, 어떤 것은 10회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은 페라리 작업 전반에 걸쳐 최우선 과제인데, 이곳 기계 부서에서는 특히 공업용수를 재생하는데 있어 큰 성과를 만들어 냈다. 이 프로세스는 부품이 위험한 정도의 온도에 이르지 않도록 상당한 양의 윤활제를 사용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작년에 페라리는 낭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공 공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를 수거해 압축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하루에 최대 200리터의 재생용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대략 15,000 m²에 달하는 이 구역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간은 가장 작은 섹션 중의 하나인, 바로 프로토타입 생산 구역이라 할 수 있다. 크기가1,000 m²에 불과한 이 곳에서는 최신 3D 프린팅 기술과 4대의 레이저 광학시스템을 이용해 금속 분말층을 녹여서 실린더 헤드에서 전면 및 후면 서스펜션에 이르기까지 순마감(net-finish) 부품을 생산한다. 기계 부서의 가장 놀라운 기량은 클래시케 부서를 위해 고유한 부품을 재생산하는 능력이다. 복원 프로젝트를 위한 하나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오래되고 정밀한 도면만을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페라리의 혁신의 75년 역사 안에서 기계 부서가 가진 고유한 입지를 완벽히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