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GTO – 혹은 혁신적인 슈퍼카의 시초로 알려진 288 GTO는 정통 수집가들이 숭배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더 많은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지식이 좀 부족한 애호가들은 간혹 페라리 GTO를 페라리 308로 오인하기도 한다. 때론 전문가들조차 이 차와 밀접하게 연관된 Ferrari 40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이 GTO 모델을 간과하기도 한다. 이렇듯 페라리 GTO가 과소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마라넬로에서는 중추적인 모델이다. 특히 이 '그란 투리스모 오몰로가타(Gran Turismo Omologata)'는 페라리의 전설적인 250 GTO 이후 GTO라는 이름을 사용한 첫 모델이며 250 GTO와 동일하게 타협하지 않은 정신에서 탄생했다.
39년 전 출시 된 희귀한 GTO의 놀라운 라인을 보여주는 귀한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룹 B 모터스포츠 카테고리에 고마워해야 할 점도 있다. 1982년 FISA에 의해 출범된 그룹B는 자갈과 아스팔트 그리고 눈 위를 미끄러지듯 내달리는, 그야말로 불꽃 튀는 월드 랠리 카(World Rally Cars)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룹B의 기술 규정은 느슨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서킷 레이싱에도 적용되었다. 규정 조건으로, 레이싱에 출전하기 위한 인증 차량은 단 200대만 생산되야 한다는 항목이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여기에 모터스포츠를 위한 더욱 극단적인 버전을 선보이기 위해 추가로 20대의 "진화된" 모델을 생산할 수 있었는데 이들은 경량화된 차체, 더욱 공격적인 공기역학, 추가 출력 등 차량 성능을 한단 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것이 바로 페라리가 일반적인 GTO의 와일드한 버전인 GTO 에볼루치오네를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보닛 아래에는 강력한 2.8리터 V8엔진이 장착되어 400 마력의 출력으로 단 4.9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페라리의 가장 하드코어한 성능의 차량들과 마찬가지로, GTO 에볼루치오네는 GTO 발전에 진정한 영감을 준 포뮬러1에서 기인한 기술 혁신의 총체였다. 이 차량은 페라리 최초, 복합소재로 만들어진 터보차저 F1 모델인 페라리 126 CK(1981년)에서 영감을 받아 터보차저 및 경량화된 복합소재 차체를 조합해 만들어졌다.
이것은 로드카로 어설프게 연결되는 마케팅용 레이스카가 아니었다. 실제로 페라리 126C 프로그램의 F1 핵심 고위 인력이 GTO 개발을 주도했으며, GES 기술 책임자 하비 포스틀스웨이트(Harvey Postlethwaite)가 총괄 지휘했다.
당대 엔트리 레벨 모델인 308 GTB 슈퍼카와의 유사성은 놀랍지만, 둘 다 피닌파리나가 디자인을 담당했기에 논리적으로 납득이 된다. 그러나 GTO는 차체 표면 뿐 아니라 내부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차량의 스타일은 308 GTB와 비슷했지만 내부는 스피커 커버와 대시에 특수 GTO 로고를 포함하는 등 미묘한 손길이 더해졌다.
308의 세미 모노코크 구조와 대조적으로, 이 차량은 튜브형 강철 스페이스 프레임 섀시를 중심으로 제작됐다. GTO 휠베이스의 길이는 110mm증가돼 2,450mm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차체의 대부분은 경량 복합 패널로 구성됐다.
이 새로운 차체는 GTO의 알루미늄 혹은 섬유유리로 된 308의 더욱 섬세한 곡선에 근육질의 느낌을 더했다. 리어 휠 뒤에 동물 발톱 자국처럼 드러나는 3개의 냉각 흡입구 덕분에 전설적인 250 GTO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미드-마운트 V8 엔진은 308 과 밀접하지만, 엔진을 90도로 돌려 세로로 배치하는 등 엔지니어링에 있어 눈에 띄게 많은 개선사항이 있었다. 당시에 페라리가 선보인 신기술은 이제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차량 후면에 5단 수동 기어박스를 노출시켜 레이스트랙에서 기어비를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차량 외부에서 볼 수 있는 3중 냉각 통풍구는 1960년대의 상징적인 250 GTO에 대한 품격있는 끄덕임이었다.
V8엔진의 배기량은 실제로 308의 3.0리터에서 2.8리터로 감소했지만(GTO는 250 GTO와 차별화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288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트윈 IHI 터보차저가 추가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건조 중량1,160kg이라는 가벼운 차체 중량임에도 자그마치 400cv의 출력을 뿜어냈다. 이전 모델 대비 110kg 감량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308 GTB의 출력 255cv를 뛰어넘는 탁월한 발전이다. 0-100 Km/h 를 4.9초에 주파하며, 최고속도는 305km/h였다. GTO로 부족한 점이 없었다.
GTO는 페라리 로드카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시기를 연 슈퍼카로, 과거의 감동스러운 이름을 환기하는 이름이자 미래를 위한 F1 기술이다. 믿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