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의인화하는 것을 즐긴다. 호랑이, 치타, 상어 심지어 스타팅 블록에 웅크리고 있는 올림픽 육상선수까지도 자동차의 형태를 표현하는 모티브로 인용되곤 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려면 시각적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동차의 ‘얼굴’이라는 개념은 꽤 흥미로운데, 특히 헤드라이트의 역할이 그렇다. 헤드라이트가 자동차의 “눈”일까? 확실히 이를 당연시 하는 경향이 있다. 헤드라이트가 우리의 감정적 반응을 형성하는 것과 상관없이 헤드라이트가 없으면 길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
1950년대의 페라리 헤드라이트는 단순하고 기능적인 동시에 세련됨을 추구했다.
페라리는 헤드라이트에 있어서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 형태학 측면에서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분석되곤 한다. 최고 디자인 책임자 플라비오 만조니는 이렇게 설명한다.
“헤리티지는 페라리와 같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공식 언어입니다. 페라리를 표현하는 일종의 메타언어와 특징들이 있습니다. 특정 어휘를 사용하고, 이 어휘를 현대화하는 것입니다. 위대한 걸작들은 파괴적입니다. 전통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파괴한다는 뜻이죠. 과거의 유산은 페라리를 대표해 온 힘이지만, 현대성과 페라리만의 독창적인 접근법의 중요성을 절대 잊으면 안 됩니다.”
데이토나 SP3를 예로 들어보자. 이 차량은 만조니가 좋아하는 모델 중 하나인 60년대 후반 330 P3/4에서 영감을 얻었다. 디자인과 성능 모두 짜릿할 만큼 현대적이다. 주목해야 할 요소가 많은 모델이지만, 특히 LED를 드러내기 위해 뒤로 밀려난 리트랙팅 패널은 마치 과거, 현재, 미래가 통합된 화려한 연극 같다.
75년의 시간을 거친 페라리 헤드라이트 스타일과 기능의 발전
페라리는 1939년부터 실드빔 헤드라이트를 사용했는데, 이는 오목한 형태의 반사경 사이에 텅스텐 필라멘트를 넣고 렌즈를 밀봉한 방식이었다. 할로겐 램프는 1962년에 처음 사용되었다. 보다 밝은 빛을 내기 위해 텅스텐과 가스를 사용했다. 이후 필라멘트가 뜨거울 때 청백색 빛을 내는 금속과 가스를 결합한 고전압방출(HIDs) 헤드라이트가 등장했다. 제논 헤드라이트라고도 하는데, 제논 가스가 채워진 방전관에 고전압 전류를 흘려 빛을 내는 방식이었다.
오늘날 페라리는 LED를 사용한다. LED는 빛을 만들어내는 에너지 방출 광자를 전달하기 위해 반도체를 사용한다. HID의 수명은 15,000시간인데 반해, LED의 수명은 약 45,000시간이다. LED는 다양한 컬러의 빛을 낼 수 있어 디자이너의 컬러 선택폭이 넓어졌다.
페라리 테스타로사는 '팝업' 헤드라이트를 장착한 가장 유명한 자동차라고 주장할 만하다.
시간 순으로 페라리의 빛을 향한 여정을 따라가보면, 혁신과 디자인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투어링 오브 밀란(Touring of Milan)이 디자인한 166MM 바르케타는 표현이 풍부하면서도 우아하며 순진해 보이기도 한다. 4년 후 이탈리아의 유명한 뉴웨이브 영화 감독인 로베르토 로셀리니(Roberto Rossellini)를 위해 제작한 375 MM 스카글리에티는 투명커버가 있는 헤드라이트와 그릴에 장착된 보조 램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로베르토 로셀리니가 아내이자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을 위해 주문한 375 MM의 헤드라이트는 프론트 펜더의 상단에 감춰져 있었다. 시대를 앞서간 이 스타일은 2003년 612 스카글리에티가 오마주해 현대적으로 재탄생시켰다.
몇 년 후,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고객층을 겨냥해 250GT 캘리포니아 스파이더가 출시됐다. 이 차량의 오너들은 덮개가 있는 헤드라이트와 없는 헤드라이트 중 선택할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희귀한 숏 휠베이스 버전으로 단 16대만 제작된 본 모델은 오픈 헤드라이트 차량으로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긴 했다.
F12 베를리네타는 더 나은 시야와 눈길을 끄는 디자인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LED 조명 기술을 사용했다.
대부분의 페라리 컬렉터들이 높은 가치를 매기는 모델은 헤드라이트 위에 플렉시 유리 커버를 씌운 초기 유럽 스펙의 365 GTB/4 데이토나다. 미국 법에 따라 이 모델들은 팝업 헤드라이트로 변경돼야 했는데, 360 모데나가 리트랙터블 헤드라이트의 F355를 대체하게 된 90년대 말까지 이 스타일은 이어졌다.
LED의 등장은 페라리의 얼굴 형태를 드라마틱하게 바꿨다. F12 베를리네타의 경우, 각각의 렌즈 하우징이 있는 사각형 LED 모듈 8개와 L자형 폴리카보네이트 램프, 그리고 메인 프로젝터를 장착해 보다 정교하고 풍부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복잡한 구조와 배치로 만들어지는 헤드라이트는 자동차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인상에 큰 영향을 준다. F12 출시 이후 10년 동안,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는 LED 기술을 활용해 매우 진보적이고 순수한 페라리만의 스타일을 창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