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은 유선형에 매료되어 왔다. 1920년대 후반과 1930년대 초반에 활동하던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스트림라이닝(stream-lining)’으로 불리는 유선형 디자인에 주목했다. 항력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항공기 외관 디자인에 영향을 받은 날렵한 동체와 미끄러지는 물방울 형태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는 방정식과 같은 이론에 불과했고, 196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페라리의 선구적인 엔지니어그룹이 다운포스의 개념을 보다 확장하게 된다.
V12, 280 km/h 250 GTO 는 1962년에 스포일러 없이 출시되었지만 미국 세브링 서킷에서 경쟁적인 데뷔를 위한 스포일러가 하나 있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페라리 최초의 스포일러는 시대를 앞서 나간 ‘250 GTO’ 차량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차량명의 알파벳 ‘O’는 차량을 구상하던 과정에서의 영감을 의미하는 ‘오몰로가토(omologato)’에서 유래됐다. 엔지니어링 마법사로 불리는 지오토 비자리니(Giotto Bizzarrini)가 차량 개발을 총괄했는데, 초기에는 파페라(Papera)로 불리던 250 GTO의 프로토타입 버전을 재 작업하는 업무를 맡았다. 1961년 말 비자리니가 페라리를 떠나면서 엔초 페라리는 세르지오 스칼리에티(Sergio Scaglietti)에게 엔지니어링 인재 마우로 포르기에리(Mauro Forghieri)와 함께 작업을 마무리해 줄 것을 부탁했다.
1962년 2월 24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모델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지만, 이후 GTO의 후면부는 독일의 공기역학자 우니발트 캄(Wunibald Kamm)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캄’ 테일 구조로 진화했다. 그는 차량의 후면부를 깎는 것으로 주변의 공기흐름을 최적화해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차체가 들리는 현상이 줄어들어 차체 하부 공기 유속이 빨라지면서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GTO 개발은 성공적이었다. 타르가 플로리오, 투르 드 프랑스, 그리고 르망 등 수많은 내구 레이스를 석권하며 아름다운 디자인만큼이나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75년동안 고속 핸들링 안정성을 추구해 온 페라리의 공기흐름 최적화 사례를 볼 수 있다.
스포일러에 대해 말하자면 차체를 돋보이게 하는 페라리 F40이 가장 멋진 사례가 아닐까 싶다. 스포일러와 차량의 외관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아이코닉한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F40은 사실상 하나의 큰 항공 장치로서 1980년대 차량 중 가장 완벽한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모델이자, 브랜드 역사상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차량들 중 하나다.
엔지니어 니콜라 마테라치(Nicola Materazzi)는 엔초 페라리에게 그룹 B 내구 레이스에서 임무를 완성하지 못한 288 GTO의 에볼루치오네 버전을 완성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게 된다. F40은 단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작됐다. 엔초 페라리의 주도 하에 만들어진 마지막 모델이기도 한 F40은 1년 남짓한 기간 내 완성됐다.
완벽한 스포일러와 낮은 보닛을 갖춘 F40은 사실상 하나의 큰 항공 장치다.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F40의 차체에는 탄소섬유, 케블라, 알루미늄 등의 소재가 사용됐다. 열을 많이 발산하는 V8트윈터보 엔진의 특성을 고려해 경량 리어 스크린에는 루버를 적용했고 이후 거대한 리어 윙까지 장착했다. 피닌파리나의 수석 디자이너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Leonardo Fioravanti)는 “작업에 정면으로 뛰어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윈드터널에서 진행한 광범위한 연구 덕분에 최적화된 공기역학 성능을 구현했고, 페라리 로드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차량에 적합한 계수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F40의 전체적인 스타일은 차량이 가진 강력한 성능을 말해주고 있다. 짧은 오버행을 가진 낮은 보닛, 동료인 알도 브로바로네가 설계한 NACA 스타일의 통풍구와 직각으로 디자인된 리어 스포일러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F40의 명성을 만든 대표적인 요소다.”
물론 공기역학 장치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존재한다. 599 GTB 피오라노에 탑재된 리어 버트레스는 페라리 공기역학팀이 공기저항 없이 다운포스를 발생시키는 공기 소용돌이 현상을 발견하기 전까지 피닌파리나 소속 디자이너의 디자인 모티브에 불과했다.
458 스페치알레는 요구 사항에 따라 코너링 또는 직선 주행에서 다른 컨피규레이션을 적용할 수도 있다.
이는 F1 및 XX 프로그램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599 GTO에서 더욱 진화했다. 전방에서 발생하는 ‘웨이크(wake)’의 폭을 줄여 항력을 줄였고, 스플리터가 공기의 흐름을 차량 후면으로 바꿨다; 이와 같은 기하학적 구조는 공기의 흐름을 항상 같은 지점에서 분산시킴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했다.
스포일러만이 아니다. 최근 공기역학의 주요 포인트는 458 이탈리아에 적용된 가변형 ‘공탄성(aeroelastic)’의 특성을 가진 프론트 윙렛과 하드코어 버전인 458 스페치알레의 능동적 공기역학이다. 코너링 구간에서 다운포스를 형성할 것인지 또는 직선 주행에서 항력을 줄일 것인지에 따라 다른 컨피규레이션을 적용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스페치알레는 프론트 범퍼 양쪽에 위치한 언더바디 터닝 베인과 차체 후면의 다운포스를 극대화하는 리어 휠 에어로 핀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더욱 넓어진 리어 스포일러를 장착했다.
1000 마력, 340 km/h 의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는 고정된 투-피스 리어 윙과 액티브 페어링을 갖추고 있다.
최적화된 공기역학 솔루션을 위한 혁신의 여정은 GT 및 페라리 챌린지 경기를 통해 얻어진 노하우를 적용한 F8 트리뷰토로 이어졌다. F8 트리뷰토는 488 GTB 대비 10% 향상된 공기역학 효율성을 달성했다. 488 피스타에 최초로 탑재된 S-덕트는 공기흐름을 정돈하고 프론트 액슬의 다운포스를 증가시켰다. 이와 함께 헤드램프 상단의 브레이크 냉각 흡입구와 항력 발생없이 다운포스를 높이는 터닝 베인, 차체 밖으로 돌출된 리어 스포일러 그리고 와류발생기가 추가된 언더바디도 적용했다.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는 미학과 공기역학 성능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끊임없는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페라리 SF90 라인업이 현재까지 가장 높은 수준의 공기역학 성능을 갖추고 있다. SF90에는 고정된 투-피스 리어 윙과 액티브 페어링 등 혁신적인 기능들이 대거 탑재됐다.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두 개의 피스가 정렬돼 공기가 차체 하부를 통과하도록 유도한다. 반면 제동 또는 빠른 코너링 상황에서는 액티브 파트가 낮아지며 도로와 차체 사이의 틈을 최소화하고 다운포스를 극대화한다. 이는 V자 모양의 공간이 위치해 있는 SF90의 하부와 긴밀하게 작동해 차량의 접지력을 높이는데, 이는 리어 페어링이 최대 다운포스 모드일 때 더욱 강력해진다.
과학은 멋지다. 하지만 그 누구도 페라리만큼 과학적인 접근을 근사하게 만들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