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 설립된 벨(Bell)은 작은 자동차 부품 가게로 시작했다. 창립자 로이 리히터(Roy Richter)는 벨을 자동차 경주, 모터 사이클링, 사이클링용 안전 장비 생산업체로 성장시켰다. 수많은 개발 업적 중 특히 벨은 모터스포츠 전용 헬멧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과 풀페이스 헬멧 및 오픈페이스 헬멧의 발명, 그리고 전체가 탄소 섬유로 이뤄진 헬멧을 최초로 생산한 것을 강조한다.
얼굴 가리개 부착을 위한 구멍을 뚫기 전 잔여물 제거
벨은 수년간 전 세계에 생산 공장을 세웠지만, 효율성 향상과 연구개발 강화를 위해 여러 개의 공장을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선택된 지역은 바로 바레인이다. 바레인은 물류 거점이자 공장에서 차로 겨우 3분 거리에 최고의 테스트 그라운드인 바레인 인터내셔널 서킷이 있는 곳이다. 올 봄 공식 페라리 매거진은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의 드라이버 17세의 올리버 베어맨(Oliver Bearman)과 함께 벨의 제조 시설을 둘러보는 투어를 소개했다.
다른 공장 방문객들과 마찬가지로 올리버에게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 것은 올리버처럼 벨의 헬멧을 써본 드라이버와 챔피언들의 헬멧 전시였다. 현재 포뮬러1 그리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드라이버들과 과거 에이스였던 아일톤 세나(Ayrton Senna), 요헨 린트(Jochen Rindt), 니키 라우다(Niki Lauda), 알랭 프로스트(Alain Prost), 재키 스튜어트(Jackie Stewart)의 헬멧이 전시돼 있다.
헬멧 폼과 패브릭을 특수 쉘을 이용해 알맞게 조정한다, 몰드에서 분리된 재료에 라미네이트를 입힌 뒤 고압 및 고온에서 경화시킨다
특히, 심하게 손상된 한 헬멧이 베어맨의 관심을 끌었다. 스위스계 프랑스인 로만 그로장(Romain Grosjean)이 하스(Haas)의 드라이버로 2020년 바레인 그랑프리에 참여했을 때 끔찍한 사고와 화염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는데, 바로 그 때 착용했던 헬멧이었다. 당시 헬멧은 심하게 망가졌지만 구조적으로는 멀쩡하다는 사실은 벨에게 엄청난 자부심의 근원이 되었다.
"레이싱을 할 때 이런 효과적인 장비에 의존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죠."라고 베어맨은 말했다. "오늘날 모터스포츠는 믿기 힘든 수준의 안전성에 도달했어요.”
벨의 시설엔 32개국에서 온 약 330명의 직원이 있다. 건물은 여러 개의 큰 공간으로 나뉘는데, 각 공간은 헬멧 디자인과 제작의 특정 단계 별로 배정돼 있다. 복잡한 생산 공정은 폼 플랜트(Foam Plant) 및 플라스틱 주입 센터(Plastic Injection Centre)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헬멧 내부 부품에 들어가는 형태가 만들어진다.
두 명의 페라리 F1 드라이버, 카를로스 사인즈와 샤를 르클레르 모두 벨 헬멧을 쓴 모습
폴리스티렌 그래파이트 비드(Polystyrene Graphite beads)는 벨 제품만을 위해 제작되는 특별 소재로, 팽창 후 압축 성형되어 형태를 갖추게 된다. 복합재료 부서에서는 영하 21도에 보관되어 있던 탄소섬유 프리프레그 복합재를 헬멧의 외부를 감싸는 형태로 커팅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주형이 제작되면 본격적인 수작업이 시작된다.
암수로 나뉜 헬멧 주형에 탄소섬유를 겹겹이 싸 메인 프레임을 보강하는 수작업이 이어진다. 이 과정은 헬멧 당 약 한 시간이 소요된다.
다음 작업은 다듬기와 드릴, 샌딩, 프라이머 룸 차례다. 각 룸의 숙련된 작업자들은 명판에 적힌 대로 작업을 수행한다. 이 거대한 공장은 여러 개의 섹션으로 나눠져 있으며, 반 정도 완성된 수많은 헬멧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마치 머리 보호 장비 전시회 같은, 꽤 인상적인 풍경이다.
마지막 구역은 그저 껍데기였던 헬멧이 완전히 기능하는 헬멧으로 탈바꿈하는 곳이다. 도색 후 최종 조립 부서에서는 리어 핀, 바이저, 라디오, 클립, 스트랩을 헬멧에 장착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발송된다.
작업자들이 집으로 떠난 후, 투어의 일환으로 베어맨은 그의 헬멧이 도색 된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도색작업을 한 담당자를 만나고 싶었지만, 이미 퇴근한 후였어요. 하지만 리암 로슨(Liam Lawson)과 랜도 노리스(Lando Norris)같이 제 지인의 헬멧을 많이 볼 수 있었죠.” 페르난도 알론소(Fernando Alonso)와 에스테반 오콘(Esteban Ocon)이 주말 레이싱에서 썼던 헬멧도 있었다. "복제 헬멧도 많이 봤는데 유명 드라이버들에게 바쳐진 것들이었어요.”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여기서 제 헬멧의 복제품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제가 성공할지 궁금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