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미드 엔진 스포츠카가 첫 우승을 거머쥔 지 60년 만에, 페라리 최초의 PHEV차량이 혁신적인 섀시로 다시 한번 새로운 장을 개척하고 있다. SF90 스트라달레와 마라넬로의 화이트 바디(Body-in-white) 부서 전문가들에게 갈채를 보낼 차례다.
차체 아래에 놓인 신형 4.0L 8기통 미드리어 엔진과 세 개의 전기 모터는 무려 1,000 마력(cv)에 이르는 출력을 자랑하는데, 혁신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차의 최고 부품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은 조각처럼 매우 아름답습니다.” 업계 전문용어로 페인트를 칠하지 않은 차체를 뜻하는 '화이트 바디(Body-in-White)’ 부서의 수장, 안드레아 발디니는 말한다. 그는 페라리 양산차로는 처음으로 SF90 차체 구조 내부에 깊숙이 통합된 탄소 섬유 소재에 관해 존경을 담은 어조로 말했다. “이것은 기어박스를 지지하기 위해 한 덩어리로 주조했습니다. 쇼크 업소버 타워 사이에 위치해 새시가 노출된 상태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페라리가 지금까지 제작한 로드카 중 가장 기술 집약적인 모델인 SF90 스트라달레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놀라운 면모가 바로 이것이다.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동일한 F8 트리뷰토에 비해 부품이 1,000개 이상 더 들어가 있습니다” 기술부의 수장인 다비데 아바테의 말이다. SF90 스트라달레의 ‘화이트 바디’는 새로운 스페이스 프레임군의 첫 사례다. 앞으로SF90 스트라달레의 모듈식 하드웨어 일부를 공유하는 세 개의 모델이 나올 예정이지만, 이 모델이 세 개 중 가장 복잡하다.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차체에 신소재를 사용했다”고 아바테는 설명한다.
복합소재 미드 엔진 섀시에 장착되기 전 대기 중인 탄소 섬유 판체타
SF90 스트라달레의 구조에서 가장 새로운 점은 시트의 아래와 뒤쪽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배터리 팩은 탑승자 아래의 알루미늄 케이스에 설치된다. 바로 뒤에는 판체타(panchetta)로 알려진 구조가 있는데, 이는 탑승공간과 엔진룸 사이에 위치한 벌크헤드의 일부를 구성하는 매우 강력한 크로스빔이다. 이 크로스빔과 벌크헤드에는 모두 탄소 섬유 소재가 적용되었다.
“일반 페라리 양산차 차체에 탄소 섬유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것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보다 4 킬로그램 더 가볍습니다”라고 발디니는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측면 충돌 상황 시 엄청난 강도를 제공한다.
알루미늄 차체는 유명한 스칼리에티 차체 공장에서 만들어진 뒤 마라넬로 생산 라인으로 옮겨진다. 그 곳에서는 탄소 섬유 판체타가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에 설치된다.
4킬로그램의 경량화는 매우 어려웠던 작업으로, 화이트 바디 대부분은 먼저 모데나 인근의 유명한 스칼리에티 차체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탄소 섬유 부분은 마라넬로에서 설치된다. “차체를 전착 도장(cataphoretic dip coating)한 다음 탄소 섬유 부품을 설치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발디니는 이야기한다.
조립 부서의 수장인 안드레아 안티치의 설명처럼, 설치 과정은 복잡하다. “차마다 자동으로 구조용 접착제를 바릅니다. 그런 다음 탄소 섬유 패널을 볼트로 고정하고, 각각의 볼트를 규정 토크로 맞춰 조입니다. 볼트를 손으로 장착한 뒤, 알맞은 토크가 적용되었는지는 물론이고 볼트가 구멍에 들어간 각도가 정확한지도 확인합니다.”
“페라리의 조립 방식은 두 가지 큰 특징이 있습니다”라고 발디니는 말한다. “수제 부품은 우리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매우 높은 기술적 기준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반복해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알루미늄 차체는 유명한 스칼리에티 차체 공장에서 만들어진 뒤 마라넬로 생산 라인으로 옮겨진다. 그 곳에서는 탄소 섬유 판체타가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에 설치된다. 사진 제공: 마티아 발사미니
SF90의 알루미늄 화이트 바디가 마라넬로에서 탄소 섬유와 결합하기 전 경유하는 카로체리아 스칼리에티 공장이야말로 수작업이 가장 예술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기술자들은 차량의 금속 표면을 맨손으로 확인하여 결함이 있는지 확인하고, 드물지만 수정이 필요한 경우 전통적인 수동 공구를 사용한다. 하지만 실제로 알루미늄 패널끼리 결합하는 작업은 매우 고급 기술이다.
“우리는 높은 강도를 위해 용접보다는 냉간 접합을 활용하는데, SF90 스트라달레는 F8 트리뷰토보다 50퍼센트 더 많은 420곳 이상을 리벳 접합했다”라고 아바테는 설명한다. F8보다 비틀림 강성은 40 퍼센트, 굽힘 강성은 30 퍼센트 더 높은 차체를 만들기 위해 약 30m에 이르는 용접으로 이를 보완해 역대 가장 단단한 차체를 갖춘 일반 페라리 양산차가 탄생했다.
탄소 섬유 판체타와 더불어 이러한 혁신은, 페라리가 최초 미드 엔진 스포츠카로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승리한 지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깊은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