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엔진 페라리의 첫번째 메이저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F8 스파이더를 타고 시칠리아를 방문한 우리는 섬의 멋진 도로들을 답사해 보았다...
빈센초 플로리오가 만든 이 코스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되었는데, 148km의 그란데, 108km의 메디오, 그리고 단 72km로 구성된 피콜로 코스가 가장 유명하다. 이 세 코스 모두 마도니에 산맥을 관통하고 있다. 좁은 도로는 수천번의 기어 변속을 필요로 하는 수백개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으며, 안전 방벽, 관중 통제 및 진행요원 포스트를 배치할 공간도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숨을 돌릴 수 있는 순간은 경쟁자들이 해수면 높이로 내려와 부온 포르넬로(Buonfornello)로 향하는 평지 6km코스를 직선으로 질주할 때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피트 레인으로, 여기서부터 또 한 번의 고통스러운 랩이 시작된다.
그러나 시칠리아에는 이보다 더한 곳들도 많다. 이곳은 양 극단의 면이 모두 존재하는 섬으로 수도 팔레르모(Palermo)는 운전자에게 있어서 매우 혼란스럽고, 자비가 없는 곳이다. 그러나, 여기만 지나면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 지중해에 위치한 이 땅은 팬들에게 많은 것을 선사한다. 햇볕에 그을린 해안도로의 경우 언덕과 산으로 뒤덮인 중심부 주변을 돌아 두어 시간 정도 질주하게 되면 울창한 숲을 통과해 해안 끝, 그리고 불모의 거대한 화산에 다다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알로 모데나 색상의 눈부신 F8 스파이더는 이 탐험의 완벽한 동반자이다.
시칠리아 동쪽 끝을 장악하고 있는 에트나산은 이탈리아 본토에서 메시나 해협을 가로지를 때 그 커다란 모습을 수평선 위로 드러낸다. 이 화산의 폭발은 3,500년 전(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됨)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활동 중이다. 2021년에도 화산 활동이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구역 안에 위치한 이 산의 경사면 대부분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산 측면의 곳곳은 용암류를 피해 살아남은 오래된 나무, 또는 생명이 다시 숨쉬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녹엽으로 뒤덮여 있다.
에트나산(Etna)에도 도로가 있다. 어두운 검은 풍경과 대조되는 이상하리 만치 밝은 포장 도로가 알프스 남쪽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향해 굽이치며 올라간다. SP92는 남쪽이나 동쪽에서 유네스코 구역에 진입해 꼭대기까지는 아니더라도(겨울에는 3,326m 정상 부근에서 용암이 눈을 가로지르는 장면을 모습을 볼 수 있다) 원하는 높이까지 데려가 줄 수 있다. 현지 가이드는 더 높이 오르고 싶어하는, 모험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매끄러운 포장도로, 꺾어지는 커브, 고도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터보 차지 엔진, 그리고 다양한 주변 환경을 즐길 수 있는 개폐형 지붕 등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720cv 엔진이 환기음을 낼 수도 있으나, 이 섬의 두번째 도시인 카타니아(Catania)로 다시 내려오는 길에 경치를 즐기기 위해 잠시 멈추면, 이토록 황폐한 환경에서 느껴지는 삶의 부재가 침묵으로 우리를 뒤덮는다. 이곳 분위기는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며, 냄새조차 매우 인위적이다.
그러나 이는 현지인들에게는 상관이 없는 듯하다. 산 아래의 시칠리아에서의 삶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제 그들과 재회할 시간이다.
해안선이 1,000km가 넘는 시칠리아에서는 바다와 멀어질래야 멀어질 수 없다. 이 섬은 ‘지중해’, 사르데냐 와 이탈리아 본토 사이에 위치한 ‘티레니아해’, 그리고 그리스 건너편에 위치한 ‘이오니아해’ 등 세 개의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섬 대부분을 에워싸는 해안도로를 따라 반짝이는 푸른 바다 가까이 갈 수는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을지라도 섬 전체를 일주하기란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타오르미나(Taormina)를 내려다보고 있는 에트나산(Mount Etna) 근처에 위치한 고대 그리스-로마 극장, 혹은 틴다리(Tindari) 인근의 북쪽 해안에 있는 유명한 모래밭, 또는 터키인의 계단에 위치한 섬 남쪽 면에 자리한 웅장한 흰 절벽과 같은 목적지에 맞춰 드라이브 여정을 짜는 것이다.
가장 좋은 코스는 로징가로(Lo Zingaro) 자연보호구역 인근의 섬 북서쪽 코스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산 비토 로 카포(San Vito Lo Capo)가 있는 북쪽이나 스코펠로(Scopello)가 위치한 남쪽에서 진입할 수 있으며, 이 반도에서부터 해안도로를 타고 트라파니(Trapani)까지 갈 수 있다. 내륙 쪽으로 방향을 잘못 틀었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인 에리체(Erice)에서 해안마을로 내려가는 풍경은 매혹적이다. 어느 쪽으로 가든 고요한 푸른 바다 풍경이 펼쳐져 있다.
원한다면, 포르토 팔로(Porto Palo) 근처 포체 델 벨리체(Foce del Belice)에 있는 자연보호구역이나 베니드카리(Venidcari) 언덕 위 바로크(Baroque) 도시 라구사(Ragusa) 인근에 가서 아름다운 해변을 즐길 수도 있다. 어느 곳을 선택하든 한쪽으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바다가 보이는 이들 도로는 다른 방식으로 즐겨야 한다. 접이식 하드톱을 잠시 접어 태양의 온기와 물 위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야 한다. 간간히 멈추어 수평선까지 펼쳐지는 경치를 만끽해야 한다.
네브로디 국립공원의 울창한 숲은 시칠리아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은 풍경을 선사한다.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이 섬의 가장 큰 국립공원은 에트나산(Mount Etna)의 북서쪽 모퉁이에서 시작해 타르가 플로리오가 열리는 마도니에(Madonie)산까지 뻗어 있다.
광활한 숲이 산과 골짜기를 뒤덮고 있으며, 고대 마을과 수도원이 흩어져 있다. 이 조용한 시칠리아 지역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산책과 산악자전거로 시간을 보내고, 산 프라텔로(San Fratello) 말이나 네브로디(Nebrodi) 흑돼지와 같은 토종동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고기로 만든 현지 별미, 살라미와 햄도 맛볼 수 있다).
차가 멈추면 말들이 숲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어른거리는 빛은 캐노피를 뚫고 F8 스파이더의 노란 도장면을 간지럽힌다. 네브로디(Nebrodi)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SS289 또는 SP168 코스는 인적이 드물어 F8 스파이더의 성능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에트나산과 해안도로가 계속해서 주변 문명의 경관을 보여주는 와중에도 나무들이 우리를 완전히 에워싼 것처럼 보인다. 경치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마음을 한데 모아 초록 잎사귀 사이로 구부러지는 먹빛의 검은 도로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숲과 시칠리아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이 숲은 섬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완벽한 휴식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더위를 막아 줌과 동시에, 다른 모든 사람들을 차단해 주는 듯하다. 이 곳에서 우리는 거의 혼자이며, 노란 동반자만이 질주 태세를 갖추고 있다.
고삐가 풀린 엔진은 항상 놀라운 강도와 지칠 줄 모르는 힘을 자랑한다. 기어는 즉각적으로 변속한다. 소리는 완전히 우리를 감싸며 열려 있는 실내를 가득 채운다. 즉각적인 스티어링으로 손목을 살짝만 움직이면 방향을 바꿀 수 있으며, 오른발은 페달 위에서 속력을 높이거나 엄청난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로 차를 정지시킨다.
F8 스파이더는 스릴 넘치고 매력적이며, 대비(contrast)로 가득한 섬에서 변하지 않는 한가지이다.